우리 IT 기업 얘기를 하고 싶다

칼럼 2010.08.02 21:48 Posted by Social Computing Institute Steve Han
시사IN 149호에 실린 제 글입니다.

최근 기술 칼럼이나 IT 관련 트워터 글을 보면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왜 우리 얘기는 실종되었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버릴 수 없다. 한 때 업계에서 몸 담았던 사람으로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어떻게 다시 창업 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지 답답하다.

최근 지인들과 사석에서 만나면 자주 나오는 주제 역시, 언제까지 트위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만을 반복해서 얘기해야 하는 지, 왜 우리에게 새로운 창업자 얘기가 없는지에 대해 원인 분석이다.  세대 차이를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투자 시장의 경직성을 얘기하기도, 국내 시장의 크기 문제를, 생태계 자체의 몰락을 얘기하는 사람 등 그 진단은 다양하다. 

최근 90년대 말 2000년대 초의 벤처 창업 세대가 다시 도전하는 것이 기사화되고 있고, 주변에서도 다시 재 도전을 준비하는 지인들을 볼 때, 어쩌면 이는 창업 DNA의 문제, 유전자의 문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이런 유전자가 사회에서 활발하게 기동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 IT 산업이 갖고 있는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첫번째 이슈는 역시 도전하는 정신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 자금의 활성화이다. 미국의 벤처 투자 현황을 알 수 있는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머니트리 리포트를 보면 올해 1/4분기 초기 벤처(스타트업, 초기단계)에 투자된 금액은 14억불이 넘으며 전체 투자의 30%, 약 300 개 기업에 투자가 이루어져다.  그 중 소프트웨어 분야는 전체 투자의 14.4%로 바이오기술 다음으로 2위이다.

국내에서는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이나 창투사가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다. 몇 가지 시도했던 초기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대부분 조용히 사라졌다.  누가 이를 채워줄 것인가? 정부의 지원이나 투자 이익만을 생각하는 창투사 같은 금융업에 기댈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어엿한 시장 주도 기업으로 성장한 IT 기업, 성공한 벤처 사업가들이 나서야 할 때가 아닐 까 한다.  대기업 역시 사내벤처나 기업 투자 펀드를 통해 국내 벤처 기업의 육성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아닐까?  그저 명분으로, 의무감으로 돈을 지원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심는 씨앗에서 자기들이 다시 거두어드릴 열매를 맺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다. 혁신적 아이디어가 내부에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빌 조이가 말했듯이 스마트한 사람들은 외부에 더 많다.

또 하나는 도전하는 젊은 후배들이 필요하다. 지금의 네이버, 다음, 넥슨, 엔씨소프트가 창업할 때 결코 지금보다 환경이 좋았다고 볼 수 없다. 그들 역시 척박한 환경에서 도전했고 꿈을 키웠으며, 싸워서 살아 남은 것이다.  인터넷 기업이나 통신사, 전자회사에서 꿈을 키우는 후배들에게 권한다. 나 역시 내 나이 40에 뛰쳐 나왔고, 두 번의 창업을 했던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이제 후배들이 할 차례이고,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들이 만든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자로 성장하고 혁신을 이끌어 갈 수 있었고, 구글 출신들이 결국 구글에게 새로운 혁신을 줄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고 다시 구글에게 인수되거나 크게 성장하는 것이 산업 전체의 성장을 가져오는 모습일 것이다.

좋은 인력이 나가서 창업하고 도전함으로써 큰 기업에서 할 수 없었던 시도를 하고, 다시 큰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파트너로 성장해야 우리 벤처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다.  블로거닷컴을 만들고 구글에 인수된 후 다시 나와서 트위터를 만든 에반 윌리암스 역시 구글과 협력하면서 회사를 키우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팔로 알토의 작은 기업이었다.  2005년 구글이 인수해서 키울때 까지는.  우리는 이런 IT 산업 생태계를 원한다.